신자에게 은혜 체험은 주관적인 면이 많다. 그래서 자신의 신앙 체험을 절대화(기준으로 삼아)해서 다른 사람의 신앙을 함부로 판단하고 정죄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맛보아 아는 것이다. 이것을 인간의 언어로 온전히 풀어 설명할 수 없는 것이 항상 아쉬울 뿐이다. 조심스런 말이지만 평생 교회생활을 해보니 각자의 신앙 체험은 달라도 은혜받은 자들 사이에는 눈빛만 봐도, 대화만 조금 나눠 봐도 말이 통함을 알 수 있다. 오해는 마시라. 이것을 자랑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아실 거다.

공동체 예배에서 함께 은혜를 받고 누리는 체험, 말씀을 읽고 배우고 묵상하는 은혜, 말씀이 이끄시는 깊은 기도의 은혜, 그 은혜로 교회 안팎 현장에서 섬길 때 구체적으로 깨닫게 되는 하나님의 그 사랑과 은혜. 얼마나 귀한가! 하지만 이 신비로움에 매이지 않고 종교와 제도적 열심만으로 교회 일을 다루게 될 때 좁게는 목회의 협력자가 될 수 없고, 넓게는 교회 공동체에 덕이 안 된다. 영이신 하나님이시기에 교회 일은 사소한 것이라도 영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나 같은 목사도 그렇지만, 교회 안에는 어른들이 흔히 말씀하듯 홍해는 건넜지만 아직 요단강을 건너지 못한 신자들도 많다. 성도로서 제직은 무엇보다 먼저 하나님의 종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하기에 공동체 예배를 온전히 섬기고 말씀과 기도로 은혜를 받고 누리고 나눔이 제일 먼저 된 충성이다. 부디 이 사실을 우리가 분명히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교회 안팎에 여전히 산적한 문제들이 있어도 우리는 고난 중에서도 하나님 때문에 행복하다고 노래할 수 있다. 그런 교회를 사모한다. 그리고 오늘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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